Echoes of Thought

장기판 정치와 바둑판 민주주의

砅涓 鄭承衍 2026. 6. 26.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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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장기판 정치와 바둑판 민주주의

정치는 종종 장기판에 비유된다. 끝없는 판 위에서 말들은 서로를 밀어내며 자리를 바꾸지만, 판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 역시 권력의 자리 이동에만 몰두한 채, 국민의 삶이라는 ‘판’은 여전히 그대로다.

 

장기판의 말들은 계급이 정해져 있다. 장군, 차, 마, 병 등 각자의 권한과 역할은 불평등하게 배분된다. 이는 복잡한 기득권 구조와 계급주의를 닮아 있다. 정치권에서 기업과 정책, 국민의 삶은 종종 이런 말처럼 취급된다. 화려한 장부와 수치 속에서 자화자찬이 이어지지만, 황량한 경제 영토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아전인수(我田引水)와 단가 후려치기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바로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적 심리다.

이웃 지역 기업을 억지로 빼앗아 오는 행태는 국가 전체 경제 영토를 단 1밀리미터도 넓히지 못하는 제로섬 경쟁일 뿐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이를 치적으로 포장하며, 대중의 평등주의적 심리를 교묘히 자극해 표를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배 아픈 정치, 곧 고질적 한국병의 전형이다.

 

과거 기업 보고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반복되곤 했다.

단가를 후려쳐 장부상 대풍년을 기록하지만, 실제 곳간은 비어가는 구조다.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아, 실질적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된다.

이는 오직 상부에 보여주기 위한 숫자 포장에 불과하다. 정치권의 치적 역시 같은 구조다.

국민 삶의 실질적 개선은 없고, 장부상의 허황된 성과만 남는다.

 

이 모든 행태는 결국 아전인수와 다르지 않다. 내 논에만 물을 끌어다 놓고, 국가 전체의 논은 메말라 가는 현실. 눈앞의 기업 이전과 숫자 포장은 오직 자기 지역구와 계파에만 물을 대는 아전인수 정치의 전형이다.

 

장기의 계급주의와 바둑판 민주주의, 그리고 '패싸움'의 견제 장치 

그러나 정치의 구조를 비유할 때, 장기와 바둑은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장기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말마다 권한과 역할이 다르고, 기회가 불평등하게 배분된다. 이는 기득권 정치와 계급주의의 은유다. 반면, 바둑은 모든 돌이 동일하다.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시작하고 기회가 균등하다. 단순한 규칙 속에서 협력과 균형을 통해 전체 판이 변화하며, 이는 곧 민주주의의 본질을 상징한다.

 

특히 바둑의 '패싸움' 규칙은 민주주의의 정교한 견제 장치와 깊이 닮아 있다.

바둑에서 패싸움이 벌어지면, 한 번 빼앗긴 돌의 자리를 곧바로 다시 따낼 수 없다. 같은 자리를 무한히 점유하지 못하도록, 반드시 다른 곳에서 한 수를 둔 뒤에야 다시 그 싸움에 복귀할 수 있다. 이는 권력의 무한 반복과 독점을 막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민주적 견제 장치(연임 제한과 정권 교체)의 서사와 일맥상통한다.

 

장기판 정치가 계급과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면, 바둑판 민주주의는 이 패싸움 규칙을 통해 권력의 순환과 견제를 가능케 하는 셈이다.

 

고수(高手)는 소모적 정쟁을 넘어선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정치는 이 아름다운 견제 장치를 오직 상대방을 무너뜨릴 꼬투리와 약점이라는 '정치적 패감'을 찾는 소모적 정쟁으로만 악용하고 있어 씁쓸하다. 한쪽이 패감을 쓰면 다른 쪽은 더 큰 패감으로 맞받아치며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진정한 바둑의 고수들은 진흙탕 패싸움에 판 전체가 휘말리기 전, 사전에 패싸움을 방지하는 수를 미리 둔다. 내 돌의 약점을 미리 보강하여 두텁게 만들어 놓거나, 상대가 패를 걸어올 틈을 주지 않는 예방책을 선제적으로 실행한다. 쓸데없는 소모전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대국적인 시선으로 판을 이끌어 가기 위함이다.

 

오늘날 우리 정치에 절실한 리더십이 바로 이 '사전 방지의 수'다. 눈앞의 패싸움에만 매달리는 기술자가 아니라, 정쟁이 일어날 만한 구조적 모순을 제도적으로 먼저 개혁하고, 애초에 소모적 싸움이 일어날 수 없도록 게임의 규칙을 정의하는 '바둑 고수' 같은 정치적 사유가 필요하다.

 

정치권이 눈앞의 패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기업이 떠난 자리에 미래는 없다.

인재와 인프라가 없는 곳으로 억지 이전을 당한 기업들은 속으로 피를 흘리고, 기술 초격차를 벌려야 할 골든타임은 허비된다.

글로벌 선진국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기업을 모셔갈 때, 우리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이동시키고 이를 치적이라 포장한다. 이러한 자해 행위가 지속된다면 기업들은 결국 해외로 탈출할 수밖에 없다. 고질적 한국병을 극복할 거시적 리더십의 부재가 오늘날 정치의 가장 큰 비극이다.

정치권의 얄팍한 제로섬 게임,끝없는 체스판·장기판 위에서 기업이라는 말을 옮기며 자화자찬하는 정치인들

사유(思惟)하는 권력을 기다리며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명제는 정치가 단순한 권력 게임을 넘어서는 길을 제시한다. 사유하는 권력, 생각하는 정치만이 장기판의 굴레와 고질적 한국병을 벗어날 수 있다. 국민을 말로 취급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주체로 존중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권력은 늘 제로섬의 싸움에 갇히고,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협력 없는 정치, 합의 없는 제도, 단기 성과에 매달린 정책은 모두 국민의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정치가 장기판을 벗어나려면, 단순히 말을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게임의 규칙 자체를 재정의하는 사유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철학이 정치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통찰이다.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눈앞의 화려한 수치 뒤에 숨은 씁쓸한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오늘이다.

 

고질적-한국병,-배-아픈-정치1--예연.mp3
4.7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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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traditional folk blues, Yukjabaegi style, sorrowful and sarcastic pansori vocal, minimal acoustic gayageum, deep emotional haegeum, slow rhythm, satirical and dramatic.

 

[Intro]
(느리고 구슬픈 해금 소리)
아이고~ 데고~ 어허야~

[Verse 1]
옆 동네 멀쩡한 논배미를
이리 뺏고 저리 뺏어 내 논이라 우기네
바다 건너 큰 고기는 구경도 못 하면서
집안 식구 가두어 두고 잔치를 벌이네

[Chorus]
배가 고픈 서러움은 참고 살련만
사촌이 논을 사니 배가 아파 못 참네
아랫돌 빼어다가 윗돌을 괴어놓고
풍악을 울려라 자화자찬 풍년일세

[Verse 2]
단가를 후려쳐서 장부상 대풍년이라
곳간은 비어가는데 숫자는 풍요롭네
알맹이 다 빠진 껍데기만 남겨놓고
어이 가리 오도가도 못하고 어이 가리


[Chorus]
배가 고픈 서러움은 참고 살련만
사촌이 논을 사니 배가 아파 못 참네
아랫돌 빼어다가 윗돌을 괴어놓고
풍악을 울려라 자화자찬 풍년일세

 

[Bridge]

옆 지역 기업을 빼앗아 오는 방식은

국가 전체 경제를 키우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네.

고질적 한국병, 배 아픈 정치의 전형이로다..


[Outro]
생각을 하니 존재를 하네마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세상이 서글프구나
어이하리~ 어야디야~
(가야금 소리 여운을 남기며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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