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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한잔의 묵상

에스프레소 한잔의 무상(無常), 그리고 안성맞춤의 영성 오늘 오전 10시, 평일 미사를 마치고 성당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성전 안의 거룩한 침묵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휴게실은, 저마다의 삶의 보따리를 들고 찾아온 이웃들의 정겨운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었을 때, 문득 잔의 촉감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자판기 종이 잔 대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뜻밖에도 차가운 황금빛을 띠는 작은 놋그릇, 바로 경기도 안성의 명산품인 '안성 유기(鍮器)'였습니다. 서양의 가장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가 동양의 장인 정신이 깃든 작은 유기 잔 속에 담겨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뜨거운 커피를 입에 머금으며 잔을 가만히 만져봅니다. 잘 만들어진 안성 유기를 두고..

Sacred & Spiritual 2026.07.25

예수의 제자 세족례(洗足禮)에 대한 소고

예수의 제자 세족례(洗足禮)에 대한 소고 : 머리의 지성에서 발바닥의 영성으로지난번 부산 광안성당 장대골 성지를 걸으며, 물리학의 후크의 법칙을 빌려 '십자가의 길은 곧 발바닥의 길(Via Crucis, Via Pedum)'이라는 묵상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머리로 계산하는 차가운 지식은 작은 시련에도 쉽게 부러지지만, 진흙을 묻히며 걸어가는 정직한 발바닥에는 쓰러질지언정 다시 일어서는 영적 탄성이 존재한다는 고백이었습니다.그 사색의 연장선상에서, 문득 그리스도께서 수난 전날 밤 몸소 그 '발바닥의 길'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셨던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요한복음 13장의 세족례(洗足禮)입니다.복음서의 파격, 무릎 꿇은 창조주공관복음(마태오·마르코·루카)이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체..

Sacred & Spiritual 2026.07.25

"Via Crucis, Via Pedum."

십자가의 길 묵상 "Via Crucis, Via Pedum."(비아 크루치스, 비아 페둠)· 뜻: 십자가의 길은 곧, 발바닥의 길이다. 부산 광안성당 장대골 성지에서 걷는 십자가의 길은 내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머리로만 계산하는 차가운 지식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지만, 발바닥으로 버텨내는 신앙에는 영적인 탄성이 존재합니다. 물리학자 후크가 말한 ‘복원력(Hooke's law)’의 신비처럼 말입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세 번이나 넘어지셨던 예수님의 모습은, 육체라는 물질이 버틸 수 있는 '탄성 한계'를 완전히 넘어선 절망의 순간들이었습다.그러나 그 세 번의 넘어짐은 실패가 아니었습니다.오히려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도적인 고통과 압박 속에서도, 끝내 인류 구원이라는 원래의 사명으로 돌아가려는 영..

Sacred & Spiritual 2026.07.24

숫자로 보는 (유대,기독교, 꾸란) 경전의 세계

숫자로 보는 경전의 세계우리가 흔히 접하는 성경과 꾸란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자라났지만, 각 전통마다 책의 구성과 권수가 다릅니다. 숫자로 정리해 보면 그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유대교 타나크: 24권가톨릭 구약: 46권 (외경 포함)개신교 구약: 39권신약 성경: 27권꾸란: 114개의 수라(장)가톨릭 성경은 구약 46권과 신약 27권을 합쳐 총 73권, 개신교 성경은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을 합쳐 총 66권입니다. 꾸란은 책의 권수 개념이 아니라 1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뿌리는 하나, 가지는 다양이 숫자들의 차이는 단순한 편집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 공동체가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책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뿌리는 하나입니다.유대교, 기독교,..

카테고리 없음 2026.07.23

나는 발바닥 신자

"I call myself a 'faith-at-the-feet' Catholic. Because when the head starts calculating, faith becomes corrupted."(저는 제 자신을 '발바닥 신자'라고 부릅니다. 머리가 계산을 시작하면 신앙은 오염되기 때문입니다.) Reflection on St. Anthony of Padua St. Anthony of Padua stands as a luminous figure of humility and compassion — a saint whose life reminds us that holiness is not found in eloquence or intellect alone, but in the simplicity o..

카테고리 없음 2026.07.22

무화과나무 아래서 (Under the Fig Tree)

[AI 음악실] 무화과나무 아래서 (Under the Fig Tree) — Suno AI로 빚은 가을의 찬가“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 요한 복음서 1장 48절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나다나엘은, 세상의 소란과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홀로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고요한 자리에서 나다나엘은 아직 보지 못한 메시아를 향한 갈망과 기다림으로 마음을 채우고 있었습니다.예수께서는 그 은밀한 자리까지 보셨고, 그 깊은 갈망을 알아주셨습니다.가을의 길목에서 바라본 무화과는, 겉으로는 꽃이 없는 열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백 개의 작은 꽃을 껍질 안에 감추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밀한 아름다움, 그것은 마치 우리..

수영강변 완보가

수영강변 완보가(아니리) “날씨는 매구같이 더운 칠월 삼복더위라 카는데! 유혹을 작살내뿌네 아파트, 문을 쾅 열고 나선 사나이! 카톨릭 신자 정 안토니오, 가슴에 성호 사악 긋고, ‘주님, 내 오늘 반여동 바른길 병원까지 다녀오겠심더!’” (중모리) “팔도시장 골목길 슥슥 지나갈 제, 떡볶이 족발 냄새가 코를 찌르네! ‘치아라 마! 내 오늘 오직 걷기만 한다!’ 유혹을 작살내뿌네, 얼쑤 좋다!” (자진모리) “걸어라 안토니오, 왕복 십육 킬로미터! 수영강변 산책로를 두 발로 다 조져뿌고, 이만 오천 보 대장정, 주님 찬미하며 쿵쾅쿵쾅! 마! 부산 광안리 안토니오 가라사대, 걷기가 최고라카이!” (중모리) “반여동 바른길병원 찍고 터덜터덜 내려오는 길, 강바람이 땀을 씻어내고, 숨을 고르며 감사의 기도! ..

Echoes of Thought 2026.07.20

술 이야기

酒道有段 (주도유단)술의 길에는 단과 급이 있으니酌酒辨精微 (작주변정미)술을 따르며 그 정밀하고 미묘함을 분별하니縱橫各有機 (종횡각유기)마시는 기틀마다 저마다의 경지가 있구나.狂愚功利飮 (광우공리음)미련하게 목적과 공리를 위해 마시는 술은未識諦中歸 (미식체중귀)술의 참된 진리(진체)로 돌아가지 못하네.愛嗜開新眼 (애기개신안)애주와 기주의 경지에 이르러 새로이 눈을 뜨고賢聖忘是非 (현성망시비)주현과 주성에 도달하니 이르고 그름을 잊는도다.悠悠任運適 (유유임운적)유유자적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나니涅槃醉中飛 (열반취중비)마지막 열반의 술잔 속에 마음이 날아오르네.시어 및 해설精微 (정미) / 各有機 (각유기): 술을 마시는 연륜, 친구, 기회, 동기, 버릇에 따라 바둑처럼 급과 단의 경지가 나뉨을 뜻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07.20

묵상 전도몽상

성당 휴게실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곁들이시며 정 안토니오 창작 판소리 묵상 (전도몽상) "에헤라— 들어보소, 은총의 파티마 쎌 교우 여러분 들어보소! 오늘 이 뒤집힌 세상의 헛된 꿈인 '전도몽상(顚倒夢想)'을 단박에 깨치는 기가 찬 이바구 보따리 하나 들고 나왔다 카이!여러분, 온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 '구글(Google)'을 다들 아실 게요. 근디 이 이름이 사실은 원래 수학에서 가장 거대한 숫자인 '구골(Googol)'을 치려다가 손가락이 삐끗— 자판을 잘못 눌러 탄생한 위대한 오타였다는 사실! 1 뒤에 동그라미가 무려 백 개나 붙는 그 거대한 '구골'의 숫자가 오타를 거쳐 '구글'이 되었는디!근데 가만 보이소 마! 이 놀라운 오타의 신비가 저 멀리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오늘 우리 묵상 장단에도..

廻路愁思 (회로수사)

廻路愁思 (회로수사 : 회전교차로에서의 시름)愛 隱 眼 手 寒 (애은안수한)사랑은 숨어 보이지 않으니 눈과 손이 시리고月 瞬 夜 不 孤 (월순야불고)달님이 윙크해 주니 이 밤은 외롭지 않네初 駕 五 倫 轉 (초가오륜전)초보 운전자는 오륜(五倫)의 회전로를 맴도는데(삼강오륜의 도리와 회전교차로를 뜻하는 '오륜'에서 헤매는 모습입니다.)猶 如 西 面 迷 (유여서면미)마치 옛날 서면 로터리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구나(빠져나가지 못하고 임의 수신호만 기다리며 뱅뱅 도는 마음을 옛 부산 서면교차로에 비유했습니다.) 더보기1970s Korean trot folk, acoustic guitar, sentimental accordion, nostalgic, emotional male vocals, slow tempo,..

카테고리 없음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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