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한잔의 무상(無常), 그리고 안성맞춤의 영성 오늘 오전 10시, 평일 미사를 마치고 성당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성전 안의 거룩한 침묵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휴게실은, 저마다의 삶의 보따리를 들고 찾아온 이웃들의 정겨운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었을 때, 문득 잔의 촉감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자판기 종이 잔 대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뜻밖에도 차가운 황금빛을 띠는 작은 놋그릇, 바로 경기도 안성의 명산품인 '안성 유기(鍮器)'였습니다. 서양의 가장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가 동양의 장인 정신이 깃든 작은 유기 잔 속에 담겨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뜨거운 커피를 입에 머금으며 잔을 가만히 만져봅니다. 잘 만들어진 안성 유기를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