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oes of Thought

포크에 찔린 빵 한 조각, 그리고 무수축의 나날들

砅涓 鄭承衍 2026. 5. 3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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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필
포크에 찔린 빵 한 조각, 그리고 무수축의 나날들 - 예연

1995년 6월, 부산 3부두 앞 시멘스 클럽의 아늑한 조명 아래서 내 인생은 예고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은퇴한 전무와 그의 고향 친구, 그리고 현직 지점장이 엮어 놓은 정밀한 그물망에 걸려,

나는 결국 포크에 찔린 빵 한 조각조차 삼키지 못한 채 대기업 소장의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내가 밀려난 곳은 번듯한 사옥이 아니라, 흙먼지 흩날리는 허허벌판 공장 부지였다.

맨땅에서 상장회사의 기틀을 세우는 일은 사기꾼 업자들의 검은 손아귀와 맞서는 고독한 전쟁이었다.

원리와 이론에 대한 깊은 학습 없이 눈동냥으로 기술을 흉내 내던 현장 십장들은

나를 향해 “알지도 못하는 놈이 어디서 참견이냐”라며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1mm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기계쟁이의 눈에는 그들의 잔재주가 훤히 보였다.

 

나는 밤마다 건설 표준 규격집과 시방서를 파헤쳐 과학적 수치로 그들의 허술한 기술을 제압했다.

부실 공사의 싹은 시작도 전에 잘라내며, 단단한 무수축 그라우팅의 기초를 세웠다.

공장이 완벽한 위용을 갖추자, 사방에서 안으로만 굽는 인간 사회의 서글픈 팔들이 밀려들었다

 

본사에는 직함은 대리이나 실질적 최고 권력자인 ‘안방 사령관’ 사모님이 버티고 있었고,

내 관할인 현장 공장에는 사모님의 친오빠인 총무부장, 손위 동서인 차장,

그리고 친정 조카들까지 낙하산으로 촘촘히 깔렸다.

겉만 영악한 직원들은 혈연의 그늘에 기대어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라인에 줄을 섰고,

공장 안의 모든 정보는 실시간 첩보전처럼 사주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철저히 고립된 호랑이 굴이었다.

 

그러나 진짜 실력은 줄을 서지 않는다.

태풍에 날아간 환풍기를 고치는 데 90만 원짜리 도둑 견적을 들고 온 처남 부장의 수작을

단돈 8천 원짜리 베어링 네 개로 잠재웠고, 한 달이 걸린다던 4천만 원짜리 창고 랙 공사는

전문 업체를 직접 수소문해 단 3일 만에 1,500만 원으로 끝내버렸다.

 

최고의 절정은 영국 로이드 선급의 ISO 국제 인증 심사 날이었다.

전직 건설사 전무 출신 총무부장이 심사관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 굴욕을 당할 때,

나는 밤새워 작성한 사내 표준 규격집을 바탕으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국제표준화기구입니다”라고 답했고,

그 즉시 “좋습니다!”라는 찬사를 얻었다. 누가 회사를 지탱하는 진짜 기둥인지는 명백했다.

 

돌아보면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가 잔재주 사기꾼들을 몰아내고 과학적 학습과 원칙을 세우고자 했던 정신이,

2,400년 뒤 허허벌판 공장 터에서 돋보기를 쓰고 규격집을 뒤지던 나의 밤들과 맞닿아 있었다.

비록 조직의 안으로 굽는 팔 안에서 때로는 씁쓸하고 고독했으나, 타협하지 않고 떳떳했기에 나의 청춘은 당당하다.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던 눈물 젖은 소주 한 잔의 수많은 밤들이 모여,

이제는 19년 메톤 주기를 따라 아내와 단 하룻밤의 오차도 없이 맞이할 눈부신 공동 생일을 기다린다.

나는 음력 1월 9일, 아내는 양력 2월 24일. 19년마다 두 생일은 하나가 되어 2월 24일(음력 1월 9일)에 겹친다.

 

11년 뒤, 2037년의 공동 생일 날, 든든한 대학생이 되어 나를 찾아올 큰 손자에게 들려줄 것이다.

내 인생 가장 뜨겁고 찬란했던, 사이다 같던 날들의 기록을.

 

🛣️ Journey of Reflection
        히포크라테스 선서 원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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