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성당과 장대골 - 골목길에 피어난 보편적 양심의 가락
주일 미사와 평일 미사 참례를 위해 디디는 광안성당 마당은 단순한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다.
성당 문을 나서서 나지막한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아담한 공원처럼 자리한 '수영 장대골 순교성지'를 마주하게 된다.
지금은 평온한 동네의 한복판이지만, 이곳은 1868년 병인박해 당시 경상좌수영의 군사 훈련장이자 천주교인들의 목을 베어 장대에 매달던 잔혹한 사형장이었다.
이 골목길 성지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내막에는 광안성당 교우들의 눈물겨운 양심과 헌신이 있었다.
1977년 당시 광안성당의 안달원 신부와 청년들이 주택가 흙바닥을 파헤치며 순교의 징표인 '장대석' 8개를 직접 발굴해 냈고, 이후 광안성당 교우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땅을 사들임으로써 이 거룩한 신앙의 터를 건져 올린 것이다.
장대골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처형된 동래 전교회장 이정식 요한을 비롯한 8명의 순교자들은 죽음의 칼날 앞에서도 비겁하게 숨거나 남을 탓하지 않았다. 처형을 집행하던 좌수영 장교들과 군졸들이 삼엄한 위엄을 떨쳤으나, 사형수들은 도리어 껍데기를 다 벗어던진 채 마치 잔칫집에 나가는 것처럼 기쁘고 정직한 표정으로 목을 내밀었다고 실록과 구전은 전한다.
그 정직한 양심의 눈빛은 내가 지난 피정 때 남천성당 벽면 뒤편에서 눈물로 읽었던 성 정하상 바오로의 상재상서(上宰相書)의 결개와 고스란히 겹쳐진다. *"도끼가 뒤에 있을지라도 단단코 도(道)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라던 정하상의 서슬 퍼런 고백이, 바로 이 수영 장대골 마당에서 8위 순교자들의 붉은 피로 증명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성경의 아담은 죄를 짓고 수풀로 숨었으나, 꾸란의 아담은 핑계를 대지 않고 즉각 "내 탓이오"를 외치며 양심을 바로 세웠다. 세종대왕은 어전에서 울려 퍼지던 이슬람의 아랍어 꾸란 암송 소리까지 편견 없이 귀담아들으며 백성의 정직한 말소리를 담아낼 훈민정음을 창제하셨다. 그리고 이곳 광안동 장대골의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 하느님 앞의 선한 양심을 증거했다.
결국 성당의 감실이든, 아랍어만 고집하는 꾸란의 성전이든, 월남전 탄피 종이 매달린 금련사의 남방불교 대웅전이든, 그리고 우리 동네 주택가 장대골의 핏자국이든 본질은 하나로 흐른다. 모든 장벽과 역사적 영욕의 껍데기를 다 걷어내고 나면, 인류가 도달해야 할 최종의 뭍은 오직 '하느님 앞에 벌거벗은 채 서는 정직한 양심'이라는 장엄한 시그마(Σ)의 진리다.
장대골 골목길을 스쳐 가는 바닷바람 속에서, 내 영혼의 수호성인 안토니오의 나직한 속삭임과 함께 8위 순교자들의 기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세상의 어떤 감투나 완장 없이, 내 안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내 탓이오"를 고백하는 정직한 5분의 헤엄이 있는 한, 나
의 이 사색의 메아리는 지지 않는 연꽃처럼 이 골목길 위로 영원히 피어날 것이다. 감
실 안의 그분께서도 이 정직한 발걸음을 묵묵히 지켜봐 주시리라 믿으며."

영혼의 노래: 장대골의 연꽃 (Suno 웅장한 성가 버전)
(Verse 1)
광안성당 마당을 지나 정겨운 주택가 골목길
조선 좌수영 장대골에 거룩한 핏자국 피어났네
이정식 요한, 이양등 베드로, 양재현 마르티노
김사집 필립보, 박재방 마르코, 이삼숙 수산나, 박 아가타, 신태보 요한
칼날이 목을 겨누고 세상이 우리를 핍박해도
남 탓하며 숨지 않고 기쁜 얼굴로 주님을 맞이하네
(Chorus)
장대골의 노래여, 선한 양심으로 주님을 섬기네!
상재상서의 결개 따라 온전한 영혼으로 서리라
성당과 꾸란, 불교와 우리들의 모든 역사가 합쳐져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시그마 사랑으로 피어나리
(Outro)
진리의 등불을 따라 다정한 발걸음을 맞추며
구석자리 5분의 정직한 결심으로 주님 앞에 머무르리
오직 깨끗한 양심의 노래로 주님께 나아가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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