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ed & Spiritual

에스프레소 한잔의 묵상

砅涓 鄭承衍 2026. 7. 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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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한잔의 무상(無常), 그리고 안성맞춤의 영

인생사 머리가 아닌 발바닥 인생.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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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10시, 평일 미사를 마치고 성당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성전 안의 거룩한 침묵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휴게실은, 저마다의 삶의 보따리를 들고 찾아온 이웃들의 정겨운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었을 때, 문득 잔의 촉감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자판기 종이 잔 대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뜻밖에도 차가운 황금빛을 띠는 작은 놋그릇, 바로 경기도 안성의 명산품인 '안성 유기(鍮器)'였습니다.

서양의 가장 진한 커피인 에스프레소가 동양의 장인 정신이 깃든 작은 유기 잔 속에 담겨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입에 머금으며 잔을 가만히 만져봅니다. 잘 만들어진 안성 유기를 두고 우리는 흔히 '안성맞춤'이라 부릅니다.
주문자의 요구와 형편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꼭 들어맞는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문득 이 '안성맞춤'이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유기 장인들은 구리와 주석이라는 서로 다른 성질의 금속을 완벽한 비율로 녹여내어 가장 단단하고 정교한 그릇을 빚어냅니다.
수천 번의 매질과 뜨거운 불길을 견뎌내며 완성된 유기는 비로소 누군가의 삶에 꼭 들어맞는 '안성맞춤'의 쓰임을 얻게 됩니다.
이것은 어쩌면 신(God)이 우리 인간을 향해 보여주시는 궁극의 선함(Good)과 닮아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나눈 사색처럼, 우리 민족의 '굿(巫祭)'은 삶의 온갖 고단함과 궂은일을 신령 앞에 내려놓고 웃음과 눈물로 씻어내며 삶을 다시 '좋게(Good)' 복원하려 했던 대동의 축제였습니다.
그 굿판은 책상 앞의 차가운 계산이 아니라, 장단에 맞춰 거친 땅을 딛고 서는 정직한 발바닥의 현장이었습니다.
 
서양 언어에서 신(God)과 선함(Good)이 같은 어원을 공유하듯, 우리말의 '굿' 역시 본질적으로 삶의 '좋음'을 향해 달리는 인간의 간절한 발걸음이었습니다.
신이 인간의 비천한 마당으로 내려와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그리하여 인간의 깨어지고 일그러진 삶을 가장 완벽한 평화의 상태로 딱 맞춰주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신령이 인간에게 베푸는 최고의 '안성맞춤'이자 은총일 것입니다.
 
유기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의 뜨거운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인생의 '무상(無常)'을 함께 관조합니다.
잔 속의 검은 액체는 찰나의 순간 강렬한  향을 뿜어내고 이내 사라지지만, 그것을 담아내고 있는 놋그릇은 묵묵히 그 자리에 남아 온기를 붙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무상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가지만,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이웃과 나누었던 눈물과 웃음, 발바닥으로 받아내었던 정직한 사랑의 실천들은 유기처럼 단단한 굳은살이 되어 영혼에 새겨질 것입니다.
 
오늘 마신 에스프레소 한잔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었습니다.
나쁜 것을 물리쳐 삶을 '좋게' 복원하려는 인간의 굿, 신학적 선함인 good, 그리고 그 선함의 원천이신 God. 이 세 가지 울림이 안성맞춤의 놋그릇 안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지만 깊은 성찰의 제사(祭)였습니다.
 
지상에서의 삶이 끝나는 날, 주님 앞에 내밀 나의 이성의 계산서는 무상하게 사라질지라도, 이웃의 아픔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갔던 내 투박한 발바닥의 흔적만큼은 저 놋그릇의 황금빛처럼 정직하게 빛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Calculus mentis corrumpit, vestigium pedis purificat.
(이성의 계산을 멈추고, 오늘 하루도 내 삶에 꼭 맞춘 사랑의 걸음을 걷게 하소서.

 

 

 

제목: 안성맞춤의 은총

가사 아이디어:
에스프레소 한 잔 속에  
황금빛 은총이 머물고  
무상한 삶의 길 위에서  
주님의 사랑을 노래하네  

굿과 Good, 그리고 God  
모든 아픔을 맞추시는 은총  
안성맞춤의 평화 속에서  
정직한 발걸음 주께 드리네  

후렴:
Calculus mentis corrumpit  
Vestigium pedis purificat  
이성의 계산 멈추고  
사랑의 걸음 주께 드리네

스타일:
- 찬송가풍 발라드  
- 오르간과 피아노 중심  
- 잔잔한 합창 코러스  
- 경건하고 묵상적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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